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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03. 05

하하… 갑자기 팍 찔렸다.

 

몇 가지 시소러스의 예시들을 기억하려고 써놓다가…

[ERIC 시소러스, MeSH,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역사용어 시소러스, 민족문화추진회 고전용어 시소러스.]

문득, 텍스트 너머로 어렴풋이 잡아두고 있던 시소러스 관련 작업에 대한 앎이 확 밀려왔다.

그러니까, 딱 1년 조금 더 전에, 국시원 아르바이트를 할 적에,

출제위원들이 내 놓은 안경사랑 간호사 시험 문제지를 대략 검토해서, 시소러스에서 벗어나는 용어들을 캐치하는 작업을 했었다.

과장 없이 다른 사람들보다 10배는 느렸는데… 왜냐면 그건 내가 정말 못하는 순차, 대조 작업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시소러스 및 색인작업은 전문작업이라 알바가 잘 해내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나랑 같이 있던 다른 친구들은 훨씬 빠르게 해내는데, 나 혼자 해내지 못하고…

바쁘디 바쁜 도중이라 알바생한테까지 밀려온 일이라… 배려를 받다 받다 직원들의 얼굴에 떠올랐던 그 짜증…

정말 손발이 잘린 듯한 그 무력감.

아… 남들한테는 고수익 꿀알바였던 그게… 내게는 도전의 연속이었고

할 생각이 없는 걸로 보이는 것도 정말 고통스러웠고…

사실 그 사소한 일이 내 가치의 기준이 될 수는 없지만(중요도가 꽤 높아서 사소한 일은 아니지만)

당장 그 일과 직면한 끄트머리에서는 그거 하나 못하면 굴러 넘어져버릴 듯한 고통을 느꼈다.

정말 속으로 죽자 죽자…

그 감정이 갑자기 콱 떠올랐다. 1년이 넘었는데…

하…

누구를 뭐라고 원망할 수도 없고.

 

전혀, 취업을 못한 게 슬프지는 않다. 이건 그 전의 문제였다.

사소한 일을 평범하게 진행하지 못하는 거, 그때마다 느껴지던 사람들의 눈.

그래. 몸 건강한 것만 해도 얼마나… 얼마나 감사할 일이냐.

오늘 듣던 인강에선 강사가 어떤 수험생 이야기를 해 줬다.

수험 도중에 같은 아파트에 있던 어머니가 투신자살을 했다던…

그래, 내 고난이 그 절반의 절반의 절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게 얼마나 감사하냐.

그렇게 아무리 되새겨도 아프기만 하다.

 

연습으로 나아질 수 있을까.

분야가 달랐다면 괜찮아질 수 있었을까.

사람에게 각자의 무능이 있건만, 나는 나만 아픈 줄 안다 정말.

 

+ 뭘 어떻게 연습해야 하는지 조금 방법이 떠올랐다. 내가 뭘 어떻게 못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중에 만들어서 나혼자 작업능력 조절 좀 해 봐야겠다.

“2019. 03. 05”의 4개의 댓글

  1. 사람에게 각자의 무능이 있다는 말이 와닿네요. 맞아요 겨님에게는 겨님만의 강점이 있죠!
    그치만 이전알바때의 얘기는 마음이 아프네요..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훌훌 털어버릴 수 있으시기를..

    1. 음… 시험이 주는 가르침도 있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청각주의력이랑 작업기억력을 연습으로 어떻게 해보려는 엄두도 내지 못했는데 그래도 지금은 좀 발전적인 생각으로 이어지기는 하네요. 위로 감사합니다!

  2. ‘사람에게 각자의 무능이 있다’ 정말 그런 멋진 말을?

    ‘내 고난이 그 사람에게 절반의 절반도 미치지 못한다’ 라는 말에 저도 뜨끔했습니다.
    저 역시도 최근 팬카페 정모 때 만난 사람의 회사생활을 빗대어 ‘나는 그래도 괜찮은 편이구나…’ 하고 안도를 했죠.

    남의 불행과 고난을 보고 스스로를 위안하는건 사실 그리 좋은건 아니지만, 어느순간 내가 살아남기 위해선 그런 것도 해야겠다 라는 이기적인 생각이 드네요.
    어찌보면 그게 현실을 직시하는 거 일 수도!

    1. 취향님의 가버니움 글에서도 공감했는데, 저도 늘 남의 불행과 고난을 보고 스스로를 위안하게 됩니다… 제대로 된 해소법이 아니지요. 이렇게 하면 할수록 저보다 나은 사람을 볼 때 사람 자체가 아니라 저보다 나은 환경을 보게 될 테니까요. 음… 사람 그릇을 키운다는 게 쉽지 않네요. 좀 더 무덤덤해져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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