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저녁 먹으러 갔다가 느닷없이, 어머니로부터 말 한 마디를 맞았다.
며칠 전에 부부싸움이 있었으니, 공연히 그걸 상기시키는 말을 내가 살짝 해버린 것이다.
말을 들자마자 화가 났다. 잠시 마음의 힘을 뺐더니 우울이 되었다.
그리고 누구나만큼 고통스러운 어머니 생의 어두운 부분들이 연상되었다.
생각해보면, 외할머니도 이런 날카로운 말투로 어머니를 대하곤 했다.
외할머니는 항상 그랬다. 그리고 항상 그렇지는 않다는 점이 어머니의 대단한 부분이었다.
완전히 없애지는 못했지만, 어린시절의 어머니를 생각하니 어머니가 안쓰러웠다.
내 턴에 없애버릴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당장 참는 것은 별 일이 아니었다.
사람은 다 그렇게 애처로운 존재다.
#2. 그렇지만 나도 참 연약한 사람이라, 뱉지 않은 불을 속에 품고 있으니 자꾸 불이 옮겨붙으려고 드는 것이었다.
가지고 있는 펜이 자꾸 번져서 다른 펜을 사러 가야 하는데, 화를 참는데 주력하다보니 아무렇게나 걷고 있었다.
감정을 가지고 걷는 길이 좁게만 느껴졌다. 머리가 터질 것 같아 나도 모르게 부처님을 찾았다.
불을 죽이는 법은 알고 있었다. 울면 된다. 하지만 그게 쉬운가? 곧 앞자리가 3이 되는 사람이?
가려던 가게는 결국 못 찾고 이마트로 들어섰더니 설상가상으로 옛날 기억이 밀려왔다.
공부한 나를 잠시 불러냈던 취업한 친구가 여기서 2시간동안 여친 이야기를 하면서 자기가 이걸 사 줄 거라느니 저걸 사 줄 거라느니 했었던 것이다…
간다는데 자꾸 붙잡으면서 이게 낫냐 저게 낫냐 했었던 것이다. 아니 그거 물어보려고 불렀던 거야?
순간적으로 그때의 화가 떠올랐다.
나는 너처럼 능숙하게 취업하고 쉽게 헤쳐나갈 수 없는데 왜 자꾸 그런 이야기를 나한테 하는거지?
순간적으로 그때 풀죽은 내 모습이 어린아이처럼 떠올라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사랑이 사람을 그렇게 정신없게 만드는 건 너도 알고 있잖아?
말하자면 마음을 다친 것은 스스로 다친 것이지 악의를 가진 적으로서의 친구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니까.
#3. 때마침 피아노소리가 들렸다.
장내 음악인 줄 알았는데 속도가 빨라지거나 느려지길래 따라가보니 아재 하나가 피아노를 치고 계셨다.
막 치고 싶은데 사람 지나갈 때마다 작게, 살짝 놓았다가 다시 잡으면서
나는 사려던 펜은 진작에 손에 들고 더 고를 게 있는 것처럼 근처에 서서 피아노소리를 들었다.
정말 겁나 잘 치셨다…
이제 웃기도 했고 음악도 듣고 있으니 마음속의 화도 날아간 것 같았다.
근데… 잠시 있으니까 예전에 좋아했던 분 생각이 해일처럼 밀려오는 것이었다.
나는 이마트 매장 바닥에 주저앉아서 죽고만 싶었다. 하하하… 정말 힘들었지만, 이제는 거기서 벗어나는 방법도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
몇번씩 극복하다보면 감각적으로 요령을 깨치게 되는 것이다.
#4. 독서실로 돌아와서 커피를 마시면서 음악을 들었다.
피아노는 도움이 된다. 그러나 무엇이 아직도 내 속에서 타고 있는 화를 꺼버릴 수 있을까?
불천노 불천노…
한동안은 긴장을 놓지 말아야겠다. 속이 좁은 나는 언제 이걸 터뜨려버릴지 모르니까.
P.S 독서실에서 느닷없이 TSUNAMI 멜로디가 흘러나온다…
夢が終わり 目醒める時
(유메가 오와리 메자메루 또키)
꿈이 끝나 눈을 뜰 때면
深い闇に 夜明けが來る
(후카이 야미니 요아케가 쿠루)
깊은 어둠에도 새벽이 찾아와
本當は見た目以上 打たれ强い僕がいる
(혼또와 미따메 이죠오 우따레츠요이 보쿠가이루)
사실은 겉보기보다 감동받기 쉬운 내가 있어
출처: https://www.lyrics.co.kr/?p=23377
+우타레츠요이는 감동도 있지만, 감정에 휩쓸리기 쉬운 쪽으로 알고 있다.
PS2. … 사전 찾아보니까 정반대인데…?
3 反対者からの批判や非難、また逆境に耐える強さがある。=반대하는 비판이나 비난 또는 역경에 견디는 강함이 있음.
출처:https://kotobank.jp/word/%E6%89%93%E3%81%9F%E3%82%8C%E5%BC%B7%E3%81%84-440215
#1. 부모는 자녀의 거울이란 말이 있듯이 자녀들은 커갈수록 부모님의 모습을 많이 닮아가는 것 같아요.
닮고 싶은 모습들만 닮아가면 참 좋을텐데 이상하게 닮기 싫은 모습들도 알게 모르게 조금씩 닮아가더군요.
부모님의 닮기 싫은 모습들을 보며 나는 저렇게 행동 하지 않아야지 다짐했었는데 뒤돌아보니 어느새 제가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더라고요. 울컥함과 동시에 씁쓸해졌었어요..
#2. 앞자리가 3인데도 우는 1인..
#3. 지나간 사람에 대한 추억이 밀려오면서 힘들어지는건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감정이 자연스레 희석되는 것 같아요. 예전엔 10만큼의 고통이었다면 지금은 2-3 정도?
#4. 터지기 전에 화가 꺼졌으면 좋겠네요..
#5. tsunami 간주 듣자마자 어디서 들었나 했더니 우리나라에서 그런가봐요 라는 곡으로 나왔던 곡이군요. 어릴 때 많이 들었었는데 여전히 좋네요. 영상 감사합니다!
#1. 저는 아 이런 부분이 닮았었구나…하고 깨쳐가고 있네요. 자기 단점을 알고 계속 주의하지 않으면 나이를 먹을수록 못나질 거라는 게 정말 무서워요… 떳떳하게 산다는 게 쉽지가…(이미 별로 떳떳하지 못함 ㅋㅋㅋ) 과연 나이들어 갱년기도 넘었을 때 저는 저를 얼마나 통제할까요…? ㅋㅋㅋ 그렇게 생각해보면 부모님만큼만 돼도 괜찮을 것 같은데…
#2. 저도 막 감동받으면 우는데요 ㅋㅋㅋ 음 근데 슬퍼서 울기는 힘든 것 같아요…
#3. 맞아요. 익숙해져서 약하게 느끼는것같진 않아요. 확실히 오는 고통이 줄어들었습니다! 지금은 한 1/10 남았나…?
빨리 가라 가!
#4. 음 지금은 괜찮은 것 같은데 내일 아침 부모님이랑 대화하기 전에 한번 더 마음 다스려야겠어요ㅋ 감사합니다.
#5. 원곡 가수 목소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다른 영상을 가져와봤는데…
ah.. 이 노래를 대학 동아리 선배만큼 잘 부르는 사람이 없군요…
오… 그 피아노 아재 분께서 참 멋들어진 분 같습니다.
저도 그걸 꿈꾸고 있습니다.
바이든 레스토랑이든 즉흥으로 피아노를 연주하고픈게 언젠가 꿈이자 로망입니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서도 무언가 연주하고픈거 역시 그렇습니다.
그래서인지 요새 피아노 연주곡을 많이 듣고있는데
요새 연습 중인 Braian crain – Butterfly waltz 을 많이 듣고 있는데
정말 마음이 차분해지고 좋네요.
마음 속에 활활 타오르는 불이 어서 꺼졌으면 좋겠습니다.(좀 꺼져~! ; feat.명수옹)
저 역시도 엄청나게 맹렬한 분노를 느낀 적이 있었는데 그 때 가슴이 활활 타오르면서
미칠거 같은 불을 느낀 적이 있었네요.
그 때 분출을 하며 일을 일으키지 않다보니 도리어 타오르는 불을 그저 가슴 속에 담아드려다보니
홧병 걸릴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상대에게 그 불을 분출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그 불을 떠안을 수도 없습니다.
겨님은 지혜롭게 그 불을 잘 소화하실겁니다.
화는 껐는데 이게 심력을 소비했는지 감정 고지서에 우울이 좀 청구되네요…
확실히 피아노는 도움이 됩니다… 해서 말씀하신 곡을 들어보니
butterfly waltz 엄청 귀에 익숙한데 또 끝까지 들어본 적은 없는 곡이네요 ㅋㅋㅋ
언젠가 정모때 치실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