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 본 공동정범 씨네마톡에서 김일란감독님이 <묵직하고 중요한 이야기일 수록 아주 사소하게 일상안에서 이야기하는 다큐멘터리가 좋은 다큐멘터리이다>라는 식으로 말씀하셨는데, 영화로 확장시킨다면 이 방면에서는 고레에다히로카즈 감독님이 단연코 최고다. 거장이다. 고 키키키린배우님의 연기또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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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만난 친구에게 드문드문 나는 흰머리가 한 두개 나는 새치인줄 알았는데, 진짜 늙어서 나는 흰머리들이었더라. 화장실에서 혼자 흰머리를 염색했다고 하소연했다. 그랬더니 친구가 자기도 그렇다며, 머리의 어느 일정한 부분에서 유난히 흰머리가 많이 난다고, 다들 이 나이쯤부터 그러는데 감추고 사는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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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인생도 그렇다. 보통 나이가 들며 예의를 갖추고 고귀해지려고 노력하지만 누구나 일정부분 아니 거의모든부분에서 각기 다른 비루한 삶을 살고있고 옹졸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새치를 염색하듯 적당히 감추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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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빛을 향해 앞으로 계속 걸어가다보면 이런 비루한 삶에서 탈출할 것 같았지만 나이가 들수록 깨닫는 것은 걸어도 걸어도 아무리 걸어나아가도 우리의 삶은 아주 높은 확률로 그 빛에 다다르지 못할거라는 거다. 우리는 여전히 비루하며 옹졸하다. 운이 좋게 어떠한 빛에 다다렀다면 또 더 높은확률로 이미 한 박자 늦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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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우리는 같이 걸어야 한다. 걸어도 걸어도 다다를 수 없다면, 같이 걸으며 서로 위안받으며, 위로하며 사는 것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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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자식은 부모의 앞모습을 보며 성장하는 것이아니라, 부모의 뒷모습을 보며 성장한다. 내면적으로 성숙해진다는 것은 더 거룩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나도 그리고 타인또한 비루하고 어떤 면에서는 비천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위로해줄 줄 알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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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고레에다 감독님 작품들을 전부 보진 못했지만, 이 걸어도걸어도가 고레에다 작품 중에 최고작이라고 평가하는 이동진평론가의 마음을 알겠다. 나는 고레에다감독보다 더 사람의 뒷모습을 잘 찍어내는 감독을 아직 보지 못하였다.
https://youtu.be/2gCqc9RuNZE

불완전함에 괴로워하지만 그 불완전함에 위로가 되는 삶의 아이러니.
저는 새치는 아니고 앞머리 살짝 위쪽에 공터가 생기려고 하는데요 ㅋㅋㅋ
아… 양가 조부님까지 없는 대머리를 제가 개척하는걸까요 슬퍼요…ㅋㅋㅋㅋ…이게 다 시험 때문입니다…
(동생은 자꾸 저보고 자라나라 머리머리 합니다…)
내가 잘난 사람이 못 돼도, 우리가 다 어느정도씩 그렇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상하게 받아들였다면 이상하게 죄송해요…)
그리고 그 ‘괜찮아’ 안에 나까지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는 거… 분명히 그런 것 같습니다. 다들 어느정도씩 그렇다는 말을 적절하게 쓸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변명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위로가 되게!
정말 좋은 글이네요.
“그렇기에 우리는 같이 걸어야 한다. 걸어도 걸어도 다다를 수 없다면, 같이 걸으며 서로 위안받으며, 위로하며 사는 것이 최선이다” 특히 이 부분 심금을 울리는 게 있어요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영화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밖에 못 봤는데 주변의 많은 분들이 얘기하시는 걸 보니 다른 작품도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영화 소개 및 진솔한 감상평 잘 읽었고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