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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진단을 받은 지 3달 째, 할아버지가 돌아가신지도 3달 째, 전여친과 헤어진 지는 여섯달 째
나는 다른사람들과 다르다고, 일상생활이 힘들다고 생각하고 지낸지 7년 째,
나이는 20대 후반, 상담 치료도 받고 있지만 상담을 받을 때는 확 좋아졌다가
다시 하루 이틀이면 원상태로 돌아오는 걸 느낀다. 물론 이 방식이 천천히 나아지는 방식이라는 건 안다.
물론 상담을 통해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배워간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 방법이 나의 몸, 나의 뇌에 적합한 방식이라는 것도 안다.
하지만 그 방식이 나의 한계를 규정짓고 이를 수긍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
너무나도 고통스럽고 끔찍하도록 지겹다.
나는 얼마나 더 못나져야 하는 것일까? 나는 얼마나 더 망가져야하는 것일까?
이 모두가 내가 원래의 나와 마주하는 과정인 것 같다. 나는 원래 못난 존재이다.
나를 객관화 한다고 말하지만 객관이라는 것이 사실 존재하긴 하는 것인가?
모두가 주관속에서 객관을 부르짖으며 나를 틀에 맞춰 잘라낸다.
현기증인지 어지러움인지 그저 단순히 졸려서 그런것인지
요즈음 눈을 뜬 채로 절벽에서 떨어지는 꿈을 꾸는 듯한 느낌을 자주 느낀다.
손, 발의 말단은 자주 저려오며 뭄의 어딘가 과하게 긴장된 채로 계속 뒤틀린다.
천천히 숨을 멈춘다. 눈을 감고 부유하며 동시에 온 몸에 엮인 실에 끌려다닌다
눈을 뜨면 생물학적인 삶의 끝을 눈앞에 두고 어떠한 수단으로도 멈출 수 없는
시간을 느리게 인식하는 순간이었으면 좋겠다.
시속 150km가 넘게 달려오는 덤프 트럭 앞에서 개미를 관찰하며 쪼그려 앉아있거나
벌목꾼이 휘두르는 도끼에 머리가 쪼개지기 직전에 도끼에 나 있는 흠집의 모양을 살펴보거나
고층빌딩에서 떨어져 바닥에 부딫히기 직전에 가로수의 뿌리를 만지는
그런 순간
2022-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