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병원 갔다 와서 <생로병사의 비밀 성인adhd 리뷰 3편>을 작성, 업로드할 계획이었지만 병원에서 나오며 멘붕에 빠져버려 작업을 하지 못했다.
대신 오늘 병원유감이란 글을 쓴다.
2년 정도를 다닌 병원이 있다.
여기가 첫 병원은 아니다. 성인adhd를 진단내려준 선생님(A)이 따로 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집과 가까운 병원으로 옮기게 됐고, 옮긴 병원의 쌤(B)이 좋았기 때문에 2년 정도 잘 다녀왔다.
그런데 얼마전 선생님이 갑자기 바뀌었다. 이곳은 준종합병원인데 정신과 담당은 한분이라 선택의 여지 없이 바뀐 선생님을 맞아야했다.
바뀐 쌤(C)과 이제까지 3번을 만났는데 3번째 만남인 어제 확실히 알게 되었다. 이 분은 조용한 ADHD의 존재는 모르는 분이다!
두번째 만남부터 쎄한 느낌을 받았는데 어제는 나더러 아무리 봐도 성인ADHD가 아닌 것 같다며 ‘오진’을 언급했다. 그리고 약은 안 먹을수록 좋은 건데(???) 너무 많이 먹고 있다고.
약 안먹었을 때의 증상을 얘기해보라길래
하루종일 무기력하게 누워있다. 누워서 폰만 보게 된다. 거의 폰중독이다. 뭐든지 다 귀찮다. 단순한 집안일도 뭐부터 할지 몰라 혼자 우왕좌왕한다, 조급하고 불안한 마음만 계속 든다, 말을 길게 하는 게 힘들어서 짧게짧게 단문으로 말한다. 말도 글도 조리있게 구성하지 못한다, 책이 잘 안읽힌다 등… 그 외에 또 무슨 말을 했었나 정확히 기억 안 난다.
그랬더니 “말씀하신 것 중 ADHD에 해당하는 증상은 1개도 없군요”라고 단언하셨다. 띠용…
조금 황당해서 그럼 뭐가 성인ADHD증상이죠…? 라고 했더니 가르쳐줄 수 없다는 듯(그걸 왜 나한테 묻냐는 듯?) 불신의 눈초리로 쳐다보는 게 아닌가!
나중에 생각 든 건데 물건을 자주 잃어버린다, 부주의해서 실수가 많다, 집안이 난장판이다 뭐 이런 얘길 덧붙여야했나 싶다.
하지만 집에서 일하는 프리랜서라 물건을 분실하는 일은 요새 거의 없고 실수하는 것과 집안정리 문제는 약을 먹고 정말 많이 좋아졌기 때문에 딱히 예로 들지 않았을 뿐이다. 소싯적 분실왕(대학 때만 지갑 10개 잃어버림)에다 엄마도 포기했던 돼지우리 방 소유자였는디…
아니 어쩌면 그런 얘기를 했어도 “그래도 성인ADHD 아닌 것 같습니다”라고 했을지 모르겠다.
나이가 듦에 따라 이젠 나에게서 사라진 과잉행동, 충동성의 면모를 ‘일부러’ 보였어야 했을까? 충동구매로 빚만 몇천이에요, 욱해서 쌈박질도 많이 하고 사고 많이 쳤어요 뭐 그런 얘기? 거짓을 말할 순 없잖은가.
한마디로 성인ADHD를 부정하는 건 아니지만 좁은 편견을 갖고 있는 쌤이었다. 자기가 알고 있는 ADHD환자에 비해 정상적으로(?) 보이고 차분한 것 같고 대학도 멀쩡히 나왔으니 @일리가 없어 라 생각한 것이리라.
이런 @에 대한 그릇된 편견을 고발하는 영상물과 게시물을 내가 몇 년간 얼마나 많이 만들어왔는데 내가 이런 쌤한테 걸려버리다니…ㅜ
오진 운운은 나를 보아왔던 A,B 선생님의 진단도 무시하겠다는 것 아닌가 말이다. 난 A쌤한테 문진 뿐 아니라 초중고 생활기록부도 제출하고 웩슬러검사, 컴퓨터로 하는 ATA검사도 받았다규!
솔직히 C쌤은 A,B쌤보다 나이도 훨 어리다! 새파람! 나보다도 어림!!
이런 얘기를 차분히 어필했더니 그럼 콘서타 27밀리로 처방해주겠다길래(…) 내가 어떻게 63밀리까지 오게 됐는지를 또 설명하고 설득해야 했다.
이것도 ‘@답게’ 마구 흥분해서 말했어야 했나ㅜ 누가 63이나 먹고 싶어서 먹겠습니까. 나도 27밀리 먹고도 효과 보는 사람이면 좋겠다고요!!
이런 옥신각신 끝에 원하던 용량을 처방 받긴 했지만(쌤이 결국 빈정상한 표정으로 써줌) 더는 못 갈 거 같다. 나를 보던 그 불신의 차가운 눈초리가 너무 불쾌했다. 졸지에 환자도 아니면서 약 타고 싶어서(?) 오는 사람 취급을 받았다.
하… 인생병원이라 생각하고 죽을 때까지 다닐 계획이었는데 갑툭튀한 경험없는 쌤 때문에 이게 뭔가.
에이앱 병원지도나 봐야겠다… 내가 이걸 이용하게 될 줄이야ㅜ
허허허… 그저 웃지요.
그저… ㅋㅋㅋㅋ
아니 의사말 안믿을거면 왜 병원가! 라기엔…ㅋㅋㅋ
가끔 보면 adhd 관련해서 논문 한편 안 읽어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사람들이 있어요 ㅠㅠ
네… 그래놓고 환자가 무슨 얘길 하면 ‘그런 건 또 어디서 줏어들었어?’하는 불쾌한 눈길로 보지요
생로병사의 비밀 3이 그런 의사님때문에 미뤄지다니! (부들부들)
그러게 말이에요. 업로드할 의지가 사라졌어요…
제가 다 안타깝네요. 잘 맞는 병원 찾으시길 바래요.
네 고마워요
와… 이런 스토리였군요…
정말 기가 차요.
2년동안 다닌 병원인데 아쉽겠네요 ㅜㅜ
아침님이 적으신 ADHD 증상 보니까 역시나 ‘음음 그래그래’ 하면서 동감하면서 읽고있었네요 ㅋㅋ
더 좋은 의사선생님을 만날 기회가 오려나봅니다. 그럴 수 있길!
위로 고마워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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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야님 오타인가요?? 반가워요ㅋ
공부를 너무나 안한 의사선생님이라 말하고 싶어지네요.. 저도 종합병원 다니는데 선생님이 1~2년에 한번씩 계약직으로 인해서 바뀌니까 에이앱으로 병원 찾아보고 있었어요. 우리 모두 좋은 선생님 만날 수 있기를!
네 감사합니다. 님도 잘 맞는 병원 찾으시길 바래요!
너무 당황스러우셨겠어요. 아침님께 이런 일이 발생할 줄이야..ㅠㅠㅠㅠ 다음 병원은 의사샘이 바뀌지 않는 개인병원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아무쪼록 다시 잘 맞는 병원을 찾으실 수 있길..
그러게요 종합병원은 이런 문제가 발생할수 있다는 걸 알았네요ㅜ 위로 고마워요
공짜로 좋은 ADHD 장보가 적혀 있는 사이트도 있는데 낙하산인 걸까료? 나쁜 상상이지만 그렇습니다
의사들도 공부 좀 했으면 좋겠습니다ㅜ
adhd에 대해 잘모르는 의사들이 있더라구요. 기분나쁘셨겠어요ㅜ 그래서 저도 adhd전문 병원으로 옮겼습니다. 좋은병원 찾길 바래요
감사합니다 맞는 병원 잘 찾아봐야겠어요
뭔가 학자적으로 꾸준히 공부하면서 동시에 인간적으로 사람을 대하는 사람이란 게 참 찾기 어렵나봐요.
예전에 환자 한명당 5~10분 할당하시던 교수님… 논문같은 것도 계속 쓰는 사람이었는데 진료는 진짜 아니었어요.
지금 의사선생님은 길게는 20분도 해주시고 무엇보다 이야기를 끊지 않고 들어주시는데 개연성만으로 말씀하시는 경우가 많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