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에 대한 건.. 몇년 전 지인들 입을 통해 여러번 듣다가 조용해졌고, 최근 여자친구가 이야기를 꺼내면서 이 주제로 계속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유튜브를 찾아보니 자가진단법이 있더라고요. 영상마다 자가진단법이 약간씩 다르긴 하지만 중복된 항목을 제외한 유일 항목 대부분에 해당되는 거 같았습니다. 무엇보다 사람들과 대화할 때,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던가, 다른 생각을 한다던가, 자꾸 삼천포로 빠진다던가 하는 증상들이 마치 저를 앞에 두고 하는 말 같았습니다.
시간 약속과 직장에서의 모습? 이 두가지는 자가 진단법 증상과 확실히 다르지만 이부분에서 제가 잘 하고 있다는 말은 못 하겠네요.
시간 약속.. 가까운 거리면 최소 30분 먼저, 먼 거리면 이동시 소요되는 시간만큼 먼저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1시간 거리면 1시간에서 2시간 일찍 가는 게 보통이고 한번은 하루 반나절 먼저 약속 장소에 간 적도 있었어요.
20대 초반까진 지각 때문에 힘들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노력하다보니 좋아졌습니다. 지각은 절대 하지 않아요. 대신 출근 4시간 전에 일어나서 출근 준비를 한다거나 일어난 시간에 바로 출근을 하기도 합니다. 심했을 때는 퇴근 1시간 30분 만에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서 일을 이어가기도 했습니다.
"일을 잘 한다", "성실하다" 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듣지만... 저의 모습을 돌아본다면.. 일을 잘하는 것도 성실한 것도 아닌 거 같아요. 지금까지 적은 내용만 봐도 일에 투자하는 시간이 많아 보이잖아요. 실제로도 그래요. 회사 컨테이너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하루 19.5 시간씩 2달을 일한 적도 있습니다.
음.. 그렇게 퇴근해서 집에 오면 번아웃? 무기력증? 같은 게 찾아옵니다. 가만히 있으면 우울감? 외로움? 무언지 모를 불편함이 찾아오더라고요. 그래서 보통 우울감을 빨리 잊고자 술에 힘을 빌려 잠들어버리는 선택을 합니다. 매일 소주 3병 정도, 술을 마시면서 업무에 필요한... 하지만 당장은 필요하지 않은 공부와 일을 합니다. 언젠간 필요한 것들을 공부하거나, 새로운 업무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일이에요. ADHD 자가진단 내용 중에 "해야 할 일을 끝내지 못 한다" 이것과 한 가지 일에 집중을 못 해서 이것 저것, 여러가지를 일을 벌여 놓기만 한다는 내용도 있더라고요. 그것도 제게 해당되는 이야기 같습니다. 다른점은.. 근무 시간에는 필요한 일에 집중하고 근무 외 시간에 미리 일을 벌린다는 거죠.
그러다가 회사에서 윗사람이 좋은 의견 없냐고 물어봤을 때 바로 꺼내서 보여줄 수 있을 정도로 뭐든지 엄청 많이 만들어 놓습니다. 교육자료라던지 프로그램, 로우 언어로 만드는 앱이나, 영상 편집물, 3D 모델링... 등 사용할 줄 아는 프로그램만 적어도 A4용지를 가득 채울 수 있습니다. 모든 프로그램은 술 마시면서 독학으로 배운 것들인데, 현업에 종사하시는, 해당 프로그램에 숙달되신 분들도 놀랄 정도로 다 잘합니다. 코딩 역시 독학으로 배웠습니다. 코딩까지 잘 한다고는 못 하지만 남들이 만들어 놓은 걸 수정해서 사용할 정도는 됩니다.
그런데도.. 일은... 잘 한다고 말 못 하겠네요. 아마 지금까지 살아온 제 삶의 방식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고 있는 거 같아요.
미움 받는 걸 정말 싫어해서, 두려워 해서 미리 앞서가려는, 이러한 삶의 방식을 선택한 거 같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런데 지금 두려운 건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이게 더 막막하고 두렵네요.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ㅎㅎㅎㅎ 다른 관심사에 대한 가설이 계속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 가설이 사실이라면 블랜더 3D로 어떻게 시각화 해서 교육자료를 만들지 생각하면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저 평생 이러고 살았어요.
이러한 모습이 성인 ADHD 가 맞을까요? 맞다면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요법으로 얼마나 좋아질 수 있을지.. 아니면 병원 치료 없이 스스로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곧 사우디로 파견 근무를 나갈 예정인데 그렇게 된다면 병원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간이 3주 정도 밖에 남지 않아서 스스로 개선하는 방법이 있다면 우선적으로 시도해보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체크 리스트, 시각화는 오래전부터 진행하고 있습니다. ADHD 때문에 시작한 건 아니고 회사에서 사용할, 쓸대 없는 걸 혼자 만들다가 제 삶에 베타 테스트를 해보니 괜찮은 것 같아서 체크리스트, 재고관리 앱 등은 실생활에 계속 사용하고 있었어요. 다만 할 일을 세분화 해서 시각화 하는 건 아직 안 해봤고 그거부터 해볼 생각입니다.
그밖에 스스로 개선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더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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