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네 옆에 있는 여자에게 맡겨 놨지." 대답을 마친 나시가 사라졌다.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카드를 지목했던 옆의 여자가 시선을 피한 채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나시에 대해 이야기 해도 될까. 만화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가 당신에게 알을 맡겨 놨다고? 탈출구의 끝에서 발견한 아무도 모르는 거리에서 경찰이나 병원에 쫓기는 신세가 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아무도 모르는 이 거리에 대해 알아낼 힌트는 나시 뿐이었다. 결국 떨어지지 않는 입을 열었다. "혹시 이 카드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까? 나시라는 캐릭터 카드인데." 그러나 여자는 내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전화에 몰두하고 있었다. 역시 이상한 사람처럼 보였나. 정말 경찰에 신고하는 건 아닐까 걱정 되어 자리를 피하려 했다. 그 때, 여자의 전화 너머로 목소리가 들렸다. "나시 카드를 찾았어요." "no.270이군. 정량 초과야. 카드 현물을 훼손없이 가져오면 ...을 건네주지." 달칵. 나는 그제서야 카드의 뒷면에 쓰인 문구를 살펴본 참이었다. 'N창구 카드키. 270알'. 좋지 않은 예감이 머릿속을 스쳐 갔다. 움직임이 멎은 나를 향해 통화를 마친 여자가 드디어 말을 건넸다. "잘 알지. 애들 사이에서 한참 유행하던 카드니까. 물론 여기서는 용도가 좀 다르지만." 여자의 뒤로 스쳐지나가던 행인들의 시선이 일제히 나를 향했다. 이곳저곳에서 나시, 270, 지하실 등의 소리가 튀어 나왔다. "뭐, 일종의 화폐같은 거야. 너같은 샌님이 가지고 있을 건 아니고." 말을 마친 여자와 일행들의 손에는 좀 전까지 본 적 없는 크고 작은 벽돌, 파이프 등이 들려있었다. 아무래도 경찰에 신고해야하는 건 나였던 모양이다. 전화에서 들리지 않던 부분은 뭐였지? 의문을 뒤로 한 채 나는 나시 카드를 꾹 쥔 채 시장 출구를 향해 빠르게 도망치고 있었다. | |
![]() "모르겠는데.""그럼 너가 찾아줘야지!" 내가 왜? 마음과는 달리 나는 골목골목을 눈으로 훑고 있었다. 왠지모를 일이었다. 찾으면 카드가 리볼빙을 사면해줄 것처럼 나는 나시의 알을 찾기 시작했다."마지막으로 어디에 뒀어?" | |
포켓몬스터 나시 카드였다. 알로하 리전폼이라 모가지가 길어진 나시가 카드를 뚫고 안광을 발사하며 말을 걸어왔다. "내 알들 다 어디갔어?" | |
![]() 금색 카드를 가만히 바라보며 이게 뭔지 생각하고 있는데, 옆에 있던 여자가 카드를 보더니 소리를 질렀다. "이거...! 이거!! 그 카드잖아!!" | |
무거운 발걸음을 이끌었다. 앞으로...앞으로...허리를 곧게 세우고 어깨를 으쓱하고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매만지고 멀쩡한 사람처럼.. 그래 일단 앞으로 걸어가자. 눈앞에 사람들이 바쁘게 왔다갔다 지나간다.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사람은 없다. 내 복장이나 지금 내 모습이 이상하진 않은것 같아 안도감이 든다. 눈앞에 보이는 간판들을 살펴본다. 우리슈퍼, 골목치킨, 건어물..여기는 시장 한복판이다. 순간 잊고있던 배고픔이 밀려온다. 몇끼를 굶은걸까. 주머니를 뒤져보니 금색띠를 두른 카드가 나온다. 이건 뭐야?내 신용카드인가?그러기엔 아무 글씨도 없고,,,그냥 금색카드...이건 뭘까... | |
분명 무언가를 다짐 했던거 같은데 그 감정이 희미하게 남아 마음 한 구석을 씁쓸하게 만들었다 | |
그들은 무엇을 바라보며 살고 있는 걸까? 무엇이 그들을 화나게 기쁘게 슬프게 놀랍게 하는 건가? 나는 그 무엇조차 자각하지 않고 시간을 보냈다. 후회만 또 하고 있다. | |
결국 이 곳이 어디인지 알아채지 못한채 수많은 사람들을 헤쳐나가며 길을 걸었다. 시끄러움에 서서히 적응이 되자 그제서야 나를 지나쳐가는 사람들의 얼굴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행복, 짜증, 기쁨, 우울, 밝음, 어두움. 사람들은 모두 제각각의 감정을 얼굴에 매단채 어디론가 나아가고 있었다. 그 사이에서 길을 잃은 것은 나 혼자 뿐인 것만 같았다. | |
쉽게 물어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조심스레 주위를 둘러보았다. 허리를 굽힌 채 천천히 물건을 사고 가게를 떠나는 할아버지가 눈에 들어왔다. 할아버지께 조심스레 다가가 길을 물으니 친절히 이 곳이 어디인지 설명해셨다. 그러시다 대뜸 어디를 갈거냐는 질문을 던지셨다. 딱히 목적지가 없던 나는 멋쩍은 듯 미소를 지으면서 이 근처라고 대답을 하고 감사하단 인사와 함께 그 자리를 피했다. | |
다시 눈을 떴을 땐 인파가 몰린 시장 한 가운데였다. 여기가 우리나라인지 외국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많은 사람들이 나를 지나치고 있었다. 그래도 나는 그렇게 두렵진 않았다. 바이크를 판 돈이 내 주머니에 아직 그대로 있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집으로 돌아가야한다는 강한 직감이 들어 이곳이 어딘지 먼저 알아야만했다. 말을 걸만한 사람이 누구인지 나는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 |
축축하고 따갑다...무슨 느낌일까..여기는 어디일까..눈을 떠서 바라보니 모래사장이 펼쳐졌다. 푸른 바다 모래사장....주변의 해수욕을 하는 가족들 수영하는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린다. 다른 사람들은 내가 보이지 않은걸까? 분명 지금 나는 여기에서 이상한 모습인데 왜 나만 다른 공간에 있는것 같지?이것은 꿈인가 현실인가...모래를 툭툭 털고 일어나보았다. 그래 생각이란걸 해보자. 여기는 어디인가...발걸음을 떼서 걸으려는 찰나 심한 어지러움과 함께 나는 또 다시 그곳에 쓰러졌다. | |
그것은 바다, 바다였다. 푸른색의 바다는 지하실의 절반이었다. 반쪽짜리 지하실은 까마득한 절벽과 이어져 있었다. "와..." 감탄을 금치 못하며 나는 지하실을 쓱 훑어보았다. 지하실이 끝나는 지점에는 종이가 붙어 있었다. 무언가가 써 있었다. 허리를 숙여 자세히 보려는 순간, 뒤에서 섬뜩한 소리가 들렸다. 등 뒤엔 아저씨가 뛰어오며 미친듯이 소리쳤다. "학생! 약 없이도 충분히 치유가..." 직감적으로 나는 위험하다는 것을 느꼈다. 다급한 눈동자로 종이를 보았다. 이렇게 적혀있었다. "알 수 없다. 그러니 뛰어내려라." 순간 어이없어하던 그때, 나는 갑자기 중심을 잃었다. 눈 앞의 하늘이 혼란스럽게 변색되었다. 그리고는 귀 속에서 무언가가 들렸다. "빨간색, 노란색." 땅을 붙잡고 일어나려는 찰나 다시 한번 목소리가 들렸다. "아침에는 빨강, 저녁에는 노랑..." 정신을 붙잡던 나는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자기전엔 파랑." 난 일어나서 바다를 보았다. 청색의 바다는 여전히 그 빛을 가지고 있었다. 잠깐 생각에 잠긴 나는 두 다리를 던졌다. 눈 앞이 흐려지며, 파도가 보였다. 그리고 정신을 잃은 나는... | |
탈출을 시도하려는 찰나, 괜한 두려움에 멈칫 하였다. 에라 모르겠다! 라는 생각으로 지하실과 연결되어 있는 문을 열어보니, 그 곳에는 엄청난 것이 있었다! | |
놀라서 벌떡 일어나보니 한 손에 핸드폰을 들고 얼떨떨하게 나를 바라보는 경비아저씨가 보였다. 아저씨의 핸드폰에서는 심야 괴담회를 주제로 한 썰풀기가 한창이였다. 아저씨에게 혼쭐이 나려던 찰나, 나는 바로 눈 앞에 보이는 건물 지하실과 연결되어 있는 문을 통해 탈출을 시도했다. | |
"거 아무도 없슈?"어디서 많이 듣던 사투리 억양...그래 우리 아파트 경비아저씨네. 휴..괜히 놀래 숨은 내가 머쓱해져 일어나려던 찰나...또 다른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이어지는 비명소리 아악!!! | |
'끼이익' 어디선가 철문을 여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 이 옥상에는 문이 두 개가 있다. 한 개는 내가 옥상으로 올라왔던 문이고 다른 한 개는 이 건물 지하실과 연결되어있는 작은 문이다. 하지만 저 문은 녹이 슬어서 이용이 제한된 걸로 알고 있는데... '누구지....?' 어디로도 갈 수 없는 이 상황에 나는 먼저 옥상 구석에 몸을 숨겼다. | |
엥?? 누구지??? 뭐지?? 하지만 목소리에서 급박함이 느껴졌기에, 일단 나가기로 했다. 급하게 탈출구를 향해 뛰어갔다. 문을 열려 했으나, 아무리 손잡이를 돌려도 열리지 않았다.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플랜짜기에 과몰입하다가 모처럼 풍경 감상하러 올라 왔는데, 이게 무슨 봉변이람. | |
![]() 전화를 받자, 어느 묵직한 남성의 목소리가 소리친다 "어서 그곳에서 도망쳐!" | |
오랜만에 옥상에 올라가서 하늘을 쳐다보았다. 노을진 하늘을 쳐다본것이 몇년만인가...그때 따르릉 핸드폰 벨소리가 울렸다. 누구지? | |
계획세우기에 과몰입한 하던 나는 해가 진 것을 그제서야 확인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