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는 꿈에서 깼다. “뭐지...별 희한한 꿈을 다꿨네.. 운동이나 가야겠다” | |
퍽! 뒤통수에 충격을 느끼며 닌자는 기절했다. 먼저 입을 연 것은 닌자였다. "분하다! 단약만 하지 않았어도... ." 두엽은 엄지와 검지로 닌자의 볼을 눌러 거칠게 입을 벌렸다. 코가 맞닿을 정도가 되자 닌자는 눈을 감았다. '이렇게 치욕스럽게 죽나? 연막탄만 챙겨왔더라도, 장비검사를 미루지만 않았어도! 단약만 하지 않았더라도! 그래도 냄새는 좋네. 부모님께 소개하고, 아들 이름은 뭘로 하지? adhd는 유전이니까 손자손녀도... .' 닌자 머리 속에 온갖 생각이 넘실거렸다. 두엽은 닌자의 입술에 손을 댔다. 닌자는 움찔 했다. "별이씨. 콘서타 54mg이에요. 단약하지 마세요." | |
그리고 갑자기 닌자가 등장했다 | |
결국 번호는 다음에 교환하기로 하고 둘은 헤어졌다. 두엽이는 문득 별이가 남자친구가 있는데도 나에게 번호를 물어본것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 |
별이에게 고백했디가 차이는 장면, 둘이 알콩달콩 사귀다가 결혼하는 장면, 갑자기 외계인이 침공해 별이랑 도망가다가 별이 옛남친과 마주치는 장면, 둘이 이세계에 전생해 모험하는 장면, 불의사고로 죽었다가 2회차 인생을 사는 장면 머리 속에서 오만가지 장면이 떠올랐다. 예전과 다른 게 있다면 등장인물이 꼭 별이였다. 몇시나 됐나? 시계를 보려던 두엽은 깜짝 놀랐다. 시계가 없다. 두엽은 급하게 운동화를 신고 문을 나섰다. 공용현관을 나설 때 별이랑 마주쳤다. 별이는 싱긋이 웃으며 먼저 말을 건넸다. 안녕하세요? 접때 죄송했어요. 저희 번호 교환하실래요? 번호 좀 찍어주세요! 두엽이는 얼굴을 붉히며 네라고 짧게 대답하고 주머니를 뒤졌다. 아차 핸드폰을 두고 왔네. 두엽은 잠시 망설였다. 별이는 주뼛거리는 두엽을 가만히 보다가 입을 열었다. 제가 전화 걸게요. 번호 불러주세요! 별이는 핸드폰을 꺼내려고 주머니를 뒤졌다. 없다. 별이는 머쩍게 웃으며 제가 핸드폰을 놓고 왔나봐요. 두엽이도 말했다. 저도요. 둘은 동시에 웃었다. 웃음소리를 따라 시원한 바람이 두 사람의 뺨을 스쳤다. | |
도어락 비번을 누르다가 두엽은 또 심장이 덜컥거렸다. 맞다! 핸드폰. 두엽은 발길을 돌려 헬스장으로 향했다. 공용현관을 나설 때 별이가 보였다. 두엽은 인사할까 망설이다가 sns가 생각나 못본 척 가려고 했다. 두엽이 쭈뼛거리며 몸을 돌릴 때 별이가 먼저 말을 건냈다. 두엽씨! 안녕하세요? 두엽은 귀까지 발개지며 네 라고 짧게 대답했다. 저희 번호 교환하실래요? 저한테 전화 좀 걸어주세요. 두엽은 기뻤지만 잠시 망설였다. 핸드폰을 헬스장에 놓고 온 게 부끄러웠다. 솔직하게 말할까? 그냥 번호만 불러줄까? 너무 무례한 거 같은데. 오만가지 생각이 쏟아졌다. 별이는 망설이는 두엽을 보고 짧게 목례를 하고 자기 집으로 들어갔다. 두엽은 앗 하고 정신을 차렸다. 핸드폰 두고 왔으면 이럴 뻔 했겠지. 두엽은 도어락 *을 마져 누르고 문을 힘없이 열었다. | |
헬스장에 도착한 두엽은 약 한시간동안 열심히 운동을 하고 나와서 상쾌한 기분으로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 |
하지만 별이에게는 남자친구가 있으니 수영센터에서 보더라도 결국 상처만 남을것며 가능성이 없을것이라 생각한 두엽은 다시 헬스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헛걸음을 하는바람에 한낮이 되어서야 헬스장에 도착한 두엽이었다. 한편 별이는 월수금 새벽수영에다가 헬스까지 하는 운동매니아였다. 그날도 어김없이 수영이 끝나고 오전에 볼일을 본 후 헬스장에 도착했다. | |
문득 별이가 체육센터의 새벽 수영 배운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두엽은 폭주 기관차처럼 새벽 수영을 향해 달려갔다. 역시 한군데 꽂히면 그거만 생각하는 두엽이였다. | |
다음날 아침 두엽은 올해 목표인 건강관리를 이루기 위해 헬스장을 등록하러 길을 나섰다. | |
오늘따라 유난히 차가운 날씨였다. 두엽은 얇은 잠바를 입은 두팔로 자신의 몸을 꼭 움켜잡았다. 하지만 오늘은 꼭 걷고 싶었다. 목적지 없이 계속 걸었다. 두시간 정도를 걷다 정신을 차려보니 낯선 곳이었다. 두엽은 이만큼이라도 걸은 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한적한 곳에서 담배 한대를 피고 집으로 향했다. 수백번은 끊어야겠다고 다짐했지만 담배는 끊기가 힘들었다. 오늘도 이제 담배 끊어야지 하면서 담배각에 남은 10개의 담배와 라이터를 쓰레기통에 던졌다. 두엽은 집으로 와서 샤워를 하고 밥을 챙겨 먹었다. 오늘도 여러 생각에 잠이 오지 않았다. 두엽은 자신의 머리속에 회오리가 있어 생각이 날아다닌다고 믿고있었다. 울적한 마음에 냉장고를 열었다. 투개더를 꺼내 몇입 먹고 다시 잠을 청했다. | |
한편 두엽이는 옆집 별이가 뭐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창문밖을 흘끗 본다. 두엽이는 이사온 날 우연히 별이를 보고 인사를 나눈 뒤부터 6개월동안 그녀를 짝사랑 중이다. 두엽이는 별이의 초롱초롱한 눈, 맑고 청량한 목소리, 그리고 자신이 짐을 옮기느라 어수선할때 엘레베이터 문을 잡아주고 친절한 미소를 띄었던 따뜻함을 좋아했다. 어느날은 그의 택배를 별이가 실수로 가져간 덕분에 긴(?)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그녀는 정말 미안하다며 걱정스런 표정으로 물건을 돌려주었고, 귤한봉지와 카톡 기프티콘까지 선물하였다. 그녀의 연락처를 알게된 두엽은 종종 sns를 구경했는데 사진이 200장이 넘었다. 오늘은 그녀의 프로필을 한참 구경하다보니 과거 사진들로 점점 내려갔는데 거기엔 웬 남자와 별이가 다정하게 찍은 사진이 있었다. 두엽의 마음은 쿵 내려앉았다. ‘내가 그럼 그렇지 뭐..’ 마음이 허탈한 두엽은 그녀의 생각을 접어두고 다시 집을 나섰다. | |
커피포트에 물을 받으며, 자책은 그만하자고 다짐했지만 그도 잠깐이었다. 원두를 풀 계량스푼을 찾으려고 식탁 이곳저곳을 뒤지다가 거름종이 옆에서 찾았을 때 별이는 뾰족한 것을 밟은 것 마냥 화들짝 놀랐다. 아 맞다 아침에 쓰고 여기다 뒀었지. 원두를 갈고 물을 붇는 동안 전에 있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차키를 잃어버렸던 일, 화장품을 두 번 주문했던 일, 속옷을 갈아입는다고 팬티를 두 장 입었던 일, 헬스장 탈의실에서 친구가 팬티 두 장 입는 사람도 있냐며 깔깔 웃었던 일, 레깅스를 놓고 와서 헬스장 트레이닝복을 입고 찝찝해 했던 일, 집에 돌아오며 자책했던 일 등등등 쉼 없이 생각이 연달아 일어났다. 별이는 커피를 마시며 자기 방을 둘러봤다. 속옷부터 외투까지 방은 발 딛을 틈조차 없었다. 그래도 겉옷은 겉옷끼리, 속옷은 속옷끼리 모아뒀으니까 나름 분류는 했다고 스스로 위로했다. 키보드 주위에 놓인 컵을 보며 쓸 수 있는 컵이 몇 개인지 생각했다. 설거지를 안 한지 벌써 한 달이 넘어간다. 어머니도 설거지를 안하셨었지, 먹기 전에 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하며 주문해뒀던 책을 펼쳤다. 한 두 장 밖에 안 읽었지만 벌써 흥미가 떨어져, 다른 책으로 손이 갔다. 아 맞다 그 책 어디다 뒀더라. 별이는 책장 이곳 저곳을 뒤지며 책을 찾았다. 그때 또 다른 책이 눈에 들어왔다. 선물 받았던 책인데, 반쯤 읽었나? 그 친구는 지금 뭐하고 있을까? 그때 참 재밌었는데. 이렇게 혼자 희죽거리다가 별이는 거실로 나갔다. 커피 내린 종이를 버렸나 안 버렸나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실로 가기 전 별이는 방을 다시 돌아봤다. 대충이라도 정이를 해야겠다. 별이는 청소기를 들고 들어와 옷장을 열었다. 날씨가 많이 추워졌으니까 겨울옷을 앞쪽에 걸어야 겠다. 별이는 겨울옷을 꺼내며 주머니를 뒤졌다. 주머니에서 영화 티켓이 나왔다. 이 영화 줄거리가 뭐였더라. 별이는 핸드폰에 영화를 검색한 뒤, 유튜브에서 영화 리뷰를 찾아봤다. 한창 보는데 어머니가 들어오셨다. "별이야! 청소기는 왜 꺼내놨어?" "청소기? 아 맞다!" 별이는 멋쩍게 웃으며 핸드폰을 껐다. | |
별이는 잃어버린 자동차 키를 같은색 다른 초록코트 주머니에서 찾았다 허탈했다 분명히 분명히 이 코트는 아니었는데.......이런일이 계속 거듭되어 별이는어떠한 일에도 자신을 믿을 수없었다. 마침내는 아주 쉬운 결정조차 하기 어려워졌고 늘 해야 할일을 미루게 되었다. 별이는 뻑뻑한 눈을 손으로 누르며 나즈막히 중얼거렸다 ``제기랄 내가 그렇지 뭐....`` 그때 딩동 문자알림이 울렸다. 며칠 전 시킨 화장품택배였다. 어제 화장품 받았는데 왜 또 온다는 거지? 별이는 의야했다 저녁에 화장품 택배가 왔을때 별이는 깨달았다 비싼 풀세트 화장품과 지금 딱 필요한 화장품세트 사이에서 고민을 하다 어차피 두고 두고 쓸건데 하며 비싼 풀세트 화장품을 사놓고는 그걸 또 잊어버리고 돈 절약한다고 딱 필요한 화장품세트도 사버린 것이였다 기가 막히게도 두 가지 화장품을 사야할 이유 안사야할 이유를 계속 고민하다 각각 다 사버린 것이였다그걸 택배로 차례로 다 받을 때까지도 몰랐다는 사실에 별이는 기가막히고 코가 막혔다 자동차 키를 찾은 날 별이는 좋아할 사이도 없이 다시 한숨을 쉬며 택배반품 신청을 했다 별이의 하루에 반은 실수하기였고 나머지 반은 그 실수를 수습하는 것이였다 | |
두엽이가 불을 끌때 옆집에 별이는 집에 불을 켰다 곧장 옷장으로 가서 어제 입었던 코트 주머니를 뒤졌다 없다 아무것도..초록색을 좋아는 별이는 계절별로 초록색 외투가 있었다 어제 입었던 겨울 초록외투주머니에서 옷장 바다가지 다 훑었지만 없었다 제기랄...시간이 없는데..별이는 출근하려고 자신의 자동차앞까지 가서야 차키가 없단걸 알았다 어제 차를타고 귀가했으니 그나마 이번엔 찾을수 있으리라 외투에 아무것도 없자 거실을 뒤지고 혹시나 부엌냉장고 찬장도 뒤졌다 어제 저녁에 움직인 동선을 따라 샅샅이..없었다..이젠 진짜 출발해야하는데..별이는 아파트경비실 뛰어가 분실시고된 자동차키가있는지 물었다..없단다..그녀는 자신의 자동차로 가서 문을 열었다 항상 문을 잠그는걸 잊어먹는게 이럴때 도움이 된다 좌석 밑을 뒤지자 잃어버린줄도 몰랐던 립스틱, 아이브로우, 신용카드.. 머리끈이 줄줄이 나왔지만 정작 차키는 없다 별이 입에서는 심한 욕설이 연신 나왔다 별이는 지각까지 할수는 없다는 생각에 부리나케택시를 탔다 18,200 택시비를 치르며 별이는 자신의 통장잔고를 떠올렸다. 실수가 내 숙명이라면 돈이 안드는 실수만 했으면 좋겠구만...이후 별이는 일주일동안 차키를 찾을수 없었다. | |
다시 돌아가서 지갑을 찾고 오니 아...내가 불을 껐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엽은 다시 가서 불을껐다. | |
두엽은 지하철 개찰구에서.. 아 지갑 놓고 나왔다. | |
이런… 전두엽이라 했는데 왜 뜬금없이 전두환 얘기가 나오는지…. | |
두엽은 길을 나섰다. | |
두엽이가 애가 좀 성질이 불같아서 그렇지 얘도 한다고 하는 애라구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