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은 눈은 까맣지만 머릿속은 여전히 시끄럽다. 잠들지 못하는 새벽이 나를 또 찾아온 것이다. 상처받았던 과거들을 자연스럽게 되새김질하고 있는 순간. 이 기억에서 벗어나기 위해 눈을 뜨고 다시 핸드폰을 들었다. | |
하늘에 걸렸던 눈부신 태양이 어느덧 은은한 달이 되어 빛을 내보이는 밤. 나는 오늘도 시린 발을 거두어 품 속으로 끌어당긴다. 내가 새우잠을 자는 동안 밀린 월세도 일도 잘 정돈된 도서관 책장처럼 제 자리를 찾았으면 하는 헛된 생각을 하며 무거운 눈꺼풀을 감는 것으로 오늘의 삶을 마감한다. | |
집으로 가는 지하철 안에서 핸드폰을 켜 통장잔고를 확인했다. 돈은 50만원 남짓..아직 월세도 내지 않은 상태에서 월세까지 내고나면 돈은 바닥을 드러낼것이다... 집에 들어와 알바천국에서 돈이 될만한 일들을 뒤적거리며 찾아보았다 | |
촬영은 그대로 종료되었다. 아랫집에서 5인이상 집합금지를 위반했다고 신고했기 때문이다. 조용히 찍으려 했지만 아무래도 시끄러웠나보다. 할수없이 코로나가 끝날때까지 촬영을 보류하기로 했다. 잔금도 그때쯤이나 받을수 있겠지. 내일부터 다시 백수인생을 살아야한다. | |
"커트! 휴식 후 다음 씬 가겠습니다" 감독이 외쳤다. "방금 연기 좋던데?" 앞에 연기자선배가 바선생인형탈을 힘겹게벗으며 말했다. 옆을 쳐다보니 토토로인형탈을 들고 서있는 다른 선배도 보인다. 나는 급똥이 마려울때마다 환각을 보는 사람에 대한 단편영화를 찍고 있다.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나서 처음으로 찍는 주연작이다. | |
라이터를 찾았다. 그리고 바선생에 불을 붙이려는 순간 | |
![]() 그때였다. 이 방의 변기 속을 점령한 그것으로부터 찬란한 빛이 나더니, 이윽고 그것의 광채가 내 방을 뒤덮었고, 빛을 피해 잠시 눈을 감았다 뜨니까, 글쎄, 그 친구는!... 엄청 커다란 바선생으로 변해버렸다. "자네인가? 자네가 나를 이곳으로 소환했나?" 바선생이 내게 말했고, 나는 깜짝 놀라 뒷걸음치며... | |
내 방 안에 있는 친구는 외출을 하려는 듯 보였다. 그러나 쉽사리 나가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는 ‘으아아 어쩌지?’, ‘아니야 그래도 용기를 내야 해.’, ‘하지만 혹시라도 잘못하다간...!’ 따위의 혼잣말을 뱉으며 문 앞을 서성이고 있었다. 이토록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라니. 누군가를 향해 짝사랑이라도 하는걸까? 하지만 내겐 친구의 고민따위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제발 1초라도 빨리 쟤가 내 방을 나가주길 간절히 바란다. 그래. 구릿.. 아니, 갈색빛의 긴 외모를 자랑하는 이 친구. 이제 제발 사라져 줘. 네 눈 앞의 변기속으로! | |
갑자기 급똥이 마렵다. 최근 속이 계속 좋지 않다. 정신과보다 내과를 먼저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용변기에 앉았다. 뭘까? 이 기묘한 익숙함은. 언젠가 같은 상황에서 같은 생각을 했던것 같은데... 이런걸 데자뷰현상이라고 했던가? | |
![]() 마음이 복잡하고 자존감이 떨어진다. 무기력이 습관이 된 듯 하다. 며칠전 집근처 정신과에 예약을 했는데 이제 곧 진료받으러 갈 때가 되었군.. | |
하지만 잠깐 머리 식힐 겸 이렇게 쉬어가는 시간도 괜찮지 않을까? 오늘 하루정도는... 이라고 이야기한지 360일째다. | |
![]() 그날은 왜 요크셔테리어였을까 잠시 생각해 보는 하루였다. 그렇다. 지금 나는 이 글을 내 독서실 책상 앞에서 쓰고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32세 무직의 수험생. 나는 지금 글을 쓸 것이 아니라 문동균 핵지총을 보고 있어야 한다. | |
월월월 짖는게 아닌가! 원래부터 강아지소리를 하는 걸로 유명했지만 정말 강아지마냥 짖는건 처음이었다. 당황했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하지? 그때 눈을 떴다. 지하철이었다. 잠이 든 것이다. 그리고 내 옆에선 어떤 아저씨 품에 안긴 요크셔테리어가 나를 향해 월월 짖고 있었다. | |
연극이 끝나고 옛 상사와 스몰톡을 나눴다. 상사는 여전히 꼬장꼬장한 꼰대였다. 이직을 하길 천만다행이다.. 그는 내게... | |
![]() 옛 직장의 상사였다.. 맙소사 오늘 연극은 집중이 하나도 안되네.. | |
![]() 토토로는 갑자기 두손으로 머리를 뜯어냈다. 아! 알고보니 토토로 인형탈이었던 것이다! 토토로 인형탈을 입은 그 사람은 바로 내가 알던. .... | |
![]() 그러자 토토로가 겁먹은 말투로 대꾸했다. "다들 누구신데 이러시는거에요?" 토토로는 소심하게 코를 벌름거리고 있었다. 두 눈은 나와 아까 그 정체 모를 사람을 번갈아 보느라 바빴다. | |
![]() 그 사람은 마치 토토로가 자신의 애인인 것 마냥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와 호적 메이트를 닮은 그 사람 어리둥절하며 서로를 쳐다보았다. 고개를 끄덕이며 내가 나섰다 “ 거 좀 비키시죠!” | |
![]() 그 때엿다. "저기요, 이 아가씨는 제가 점 찍었습니다만." 않이 이 인소에나 나올법한 오글거리는 멘트는 뭐람 | |
![]() 마치 무언의 약속 처럼 우리는 서로 움직임을 맞춰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서히 서서히 토토로를 향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