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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리하기 위해 쓰는 내 근황.

– 2019. 06. 15 공무원 시험 치름.(마킹을 못해서 과락)
– 2019. 06. 16-17 이틀간 제정신이 아니었음.
다음번에 시험 쳐서 다시 이런 성적이 나온다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로 수능처럼 명확한 실력이 존재하는 시험이 아니라는 점,
티오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 계속해서 머릿속에 떠올랐음. 생각을 멈출 수 없어서 공장에 원서를 넣음.
면접을 보러 갔는데
나 하나
돈이 필요한 치대 남자애 하나(중국 면허라 한국 치과 의사 면허로 바꾸려면 준비가 필요하다고 했음. 이상하게 친근하게 느껴짐.)
공시 망친 여자애 하나(나는 걔한테 내 영어점수를 주고 싶었고 걔는 인상 팍 쓰면서 시계 사여 시계! 라고 했음. 어쨌든 떨어진 건 마찬가지인데 돈 모아서 여행 간다길래 놀랐음.)

– 2019. 06. 18
치대 남자애는 떨어뜨린 듯. 나는 바보같이 세 명이서 일하는 줄 알고 신났었다…
우리가 이 공장 아르바이트의 웃기지도 않는 ‘입사 경쟁자’였다는 데에 씁쓸. 번호라도 물어볼 걸 싶어서 또 씁쓸.

내가 맡은 일은
1. 설레임 껍데기를 기계에 넣기. 기계는 총 7대가 돌아가고 있었기에 두 명 정도가 빠르게 채워넣어야 했음.
2. 설레임 껍질 박스(12kg)을 기계 앞쪽 벽에 쌓아놓기. 한 기계 앞에 2개씩.
3. 7대 기계에 설레임 플라스틱 부위(소위 “밥”이라고 함.)를 하나에 대충 2박스씩 붓기.
4. *완성된 부위를 넣은 박스를 (*4단을 쌓으면 완성임) 수동 리프트로 끌어다가 벽에다가 주차하기.
5. 주차하고 주차한 시각을 표에다 쓰기. 몇 번째 4단인지를 붙여놓기.
6. 2에서 언급한 박스가 비면 쌓아놓았다가 4에 재활용할 수 있도록 테이프질해서 여분 만들어놓기.

내가 힘들었던 점은
1. 맡은 일 1~6은 정말 별거 아닌데 그걸 알아듣기까지 오래 걸렸다는 점.
안그래도 청각주의력 떨어지는데 기계는 다 굉음을 내며 돌아가고 있고, 나는 서면으로 된 지시서 하나 받지 못했음.
아니 그야 그렇겠지 거기서도 서로들 다 알아듣고 하더라. 나만 필요했나봐.

2. 모든 기계에는 살인의 가능성이 있는데 설레임 기계를 딱 보는 순간 콱콱 돌아가는 모습에 쫄았음.
모’타’후진이라고 되어 있는 버튼이 있어서 그걸 누르면 바가 뒤로 쭉 밀리고 오른쪽 빈칸에 설레임 껍데기를 잘 넣어야 하는데
왼쪽에서 여분 껍데기들은 계속 기계에 찍히고 있음.
너무 당연한데 껍질 채운다고 기계를 일일이 멈추지 않음. 아니 잠깐 멈추는 방법은 알려줘야 하는 것 같은데 알려주지 않음.
기계 에어를 빼서 아예 멈추는 거 말고(그렇게 끄면 반장이 다가와서 뭐라고 함),
‘자동’ 버튼 하나만 누르면 급한 순간에 멈출 수라도 있는데, 알려주지 않았음. 아님 내가 못들었나?
어쨌든 난 워낙 손재주가 나쁜 사람이라 앞에 껍데기가 밀리고 넘어지고… ㅋㅋㅋ 그러다 이틀째에 손등 찍힘.
와 딱 한 번 찍혔는데 그 자리에 피 살짝 맺히면서 멍듦.
근데 같이 일하시는 분이 ㅋㅋㅋㅋ 자긴 몇년 일했는데 그걸 그렇게 찍힌 사람은 처음 본대…

3. 모타 후진은 한번 누르면 뒤로 조금 갑니다.
오래 누르면 뒤로 쭈욱 빠집니다. -> 이걸 짤린 날 알았음. 아니… 나야…

4. 맡은 일 4에서 쌓인 박스들이 무슨 박스인지를 일하는 모습을 다 보고도 모름. 그래서 플라스틱 다 쓴 박스들인가 껍질 다 쓴 박스들인가 고민함.
아니 앞에서 사람들이 플라스틱과 결합된 껍질을 차곡차곡 넣어서 쌓아올리고 있는데 그걸 못 보고 이틀동안 고민하다 3일째에 알게 됨.

5. 맡은 일 1~6을 보면 전체적으로 재료를 공급하고 결과물을 옮기고 중간중간 힘쓰는 일을 하는 시야가 필요한 일임…
별로 그렇게 대단한 시야가 필요한 것도 아니건만 4에서 썼다시피 나는 시야가 너무 너무 너무 너무 좁음.
솔직히 나는 내가 어느 기계까지 껍질을 넣었는지 기억하는 게 힘들었고, 기계를 다루는 데 필요한 사소한 손재주가 너무 부족했고,
음… 옆사람이 보기 답답할 정도로 수동 리프트 운전을 개똥처럼 했음. 시야와 작업기억력과 방향감각의 부재… 내가 죽어도 면허를 안 따는 이유이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이 이렇게 말함. 안해봐서 그런 거 아니야?

6. 아님. 내 방향치는 매 순간 ‘신경을 써서’ 설레임 껍데기를 올바른 방향으로 넣어야 하고(절대로 이걸 몸에 맡기면 안됨)
빈 박스를 테이프 붙이는 도구로 붙일 때 1)테이프 방향과 2)테이프 집어넣는 방향과 3) 손으로 잡는 부위를 매 순간 머리로 생각하면서 사용해야 하는 수준임.

– 2019. 06. 20
… 그러던 나에게 대표가 쓰던 수동 리프트 말고 전동 리프트 사용할 수 있겠냐고 물음… 수동은 실수가 실수로 끝나지만 전동은 실수가 골절상으로 끝남.
내 뼈면 나만 억울한데 피해는 주지 말아야지. 일언지하에 못한다고 했더니 아니 남자가 그것도 못하냐고 ㅋㅋㅋ
(공장은 남녀 일의 구분 및 남녀가 준수해야 하는 가치(!)의 구분이 바깥세상과는 좀 많이 다름)
해보면 할 수 있지 않겠냐고 하길래 해 보면 하지 말았어야 했구나를 알게 될 거라고 했더니 그날 잘림 ㅋㅋㅋㅋㅋㅋ (이놈의 말본새 ㅋㅋㅋ)

물론 이 리프트 하나의 문제만은 아니겠지만 (알바 한두번 잘려본 게 아님)
나는 막 나름 침울해져서 나는 공장도 못다닌다고 세상 나같은 놈은 없을 거라고 혼자 징징거렸음.

– 2019. 06. 21
주말 예비군 갔더니 조원 하나가 총을 못 당기고 방향을 나보다 못 잡고 훈련 절차를 나보다 못 기억해서 계속 챙겨줌.
사람이 막 엄청 얼빵해 보였는데(옆에서 봤으면 덤앤더머였겠죠) 토익은 900에 공부도 잘 해서 부산대 전자공학 편입한 사람이었음.
공장 취업할 생각이라길래… 음… 조금 안 맞을 수도 있겠지만 길은 많은 거라고 말해줌.

아니 그 사람의 능력이 나만큼 부족할 거라고 생각한 게 아니라, 그 공장 특유의 분위기가 이 사람을 너무 괴롭힐 것 같아서…

– 2019, 06. 22
몸을 움직이는 동안 시험의 나쁜 생각들은 다 극복했다고 생각했음.
그러나 그렇지 않았음.
오히려 일하지 않는 동안 빈 만큼이 다시 터진 둑처럼 밀려옴.
아니 공장 알바 할 때는 새벽 5시에 일어나서 6시 반까지 한국사 1회독하고!! 그랬는데…
도저히 아무것도 못하겠어서 목욕탕 청소 알바 원서 하나만 넣어놓고 22-25까지 게임만 함.

그나마 희망적인 점은 내가 여러가지 모자란 부분들이 있긴 해도 배우기는… 배우기는 한다는 것임.
공장이 나에게 남긴 것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
5시에 일어나서 6시에 맥모닝 먹고 피방 와서 씁니다…

아니 뭐 할일도 없지마는 그래도 한동안 이렇게 일찍 일어나려고요.
공부는 아직… 도저히 하고 싶지 않네요. 지금 하려고 하면 아마 고갈될 거에요.

 

“내가 정리하기 위해 쓰는 내 근황.”의 14개의 댓글

  1. 새벽에페니드

    가끔 생각하면 시각, 청각, 손재주 모두… 장애인은 아닌데 준 장애인인 것 같다.
    그중에서 나를 가장 괴롭히는 것은 청각…

    1. 정말 공감합니다. 저 역시 유독 청각난독이 무지막지하게 심하고 손발도 잘 못 놀려서 가끔 차출되는 회사 내 작업 및 노가다(사무직이지만 가끔 차출돼서 합니다 ㅜㅜ 빨리 연차가 늘어나야지)이 잘 안되고 시각은 오타나 검토 등으로 회사생활이 어렵지만
      그에 굴하지 않고 숙면은 반복의 반복의 반복을 해서 헤쳐나갑니다.
      잘 못 알아들어도 회사생활 5년이 다되어가다보니 분위기와 상황을 파악하여 되묻지 않고 추리를 하여 처리합니다?
      (에이디도 5년이면 일반인은 아니더라도 준일반인이 된다?)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내가 여러가지 모자란 점이 있긴 해도 배우기는 한다는 것’
      저도 예전부터 여기에 희망을 가지고 반복의 반복의 반복을 행해왔네요.

      에이디의 장애는 꽤나 심각하지만 그래도 지적장애, 학습장애, 자폐 등에 비해 반복의 반복의 반복을 하면 학습이 가능하다는 거죠… 다행히 사회생활도 어렵지만 가능은 하다는 것…

      경계선에 있는 에이디지만 그래도 지능에 문제없고 반복의 반복의 반복학습이 가능하다는 점 한줄기 희망이 있다는 것에 고군분투를 해야만 하는 숙명.
      (반복의 반복 아님. 반복의 반복의 반복임. 반복의 반복의 반복이 안되면 반복의 반복의 반복의 반복을 해야하는 게 숙면의 철학)

  2. 시험보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그리고.. 공장알바 체험기 잘 읽었습니다
    공장일이 단순한것 같지만 단순하지않죠… 항상 위험이 도사리기고 있기도 하고 생산성과 가동률을 높히려고 안전은 뒷전이기도 하고 특히 주의력이 낮은 @사람에게는 시끄러운 기계소리(소통 x)도 거슬리고 손이 느려 일의 효율도 떨어지고 말이죠
    저도 (낮은 워킹메모리 덕에.. ㅠㅠ) 처음하는 일을 배울때는 받아들이는데 굉장히 오래걸립니다. 아주 단순한 일들인데도 말이에요 일이 단순하더라도 말로 잠깐 배워 하루 일하는 그런 현장 시스템은 너무 무섭습니다 잘못하다 기계에 내 신체가 훼손될수 있는걸요..
    못하겠으면 안하는게 맞는겁니다 내몸은 소중하니까요
    그것도 못해? 라는건 현장에 오래계신 분들의 기준이구요
    글 잘읽었습니다..

    1. 새벽에페니드

      아이러니한 점은 정말 그 상기하신 위험에도 불구하고 사무직보다는 낫더라는 것입니다…
      정말 이럴 땐 구석으로 몰린 기분이 들어요.
      내가 어떤 일을 잘할 수 있을까…

    2. 선택적 집중이 힘들기에 소음에 무지 취약…
      저도 보고하거나 상사의 지시를 들을 때 주변에서 막 누가 얘기하거나 업무얘기하는게 들리면 참 집중이 어렵네요.

      ‘못하겠으면 안 하는게 맞는겁니다’ 공감합니다.
      내 몸이 안전하다는 전제 하에 반복의 반복의 반복은 행해져야 하지만,
      위험이 도사리는거라면 안 하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하더라도 소뇌의 농간인지 도파민의 농간인지 모르겠지만 단순작업조차 손과 발을 놀리는 게 어려운 게 참 자괴감에 빠지기도 하고 한심할 때가 많네요.

      하지만, 그럼에도 반복의 반복의 반복을 해서 고군분투 해야만 하는 숙명.

  3. 으어어어 고생 많으셨네요
    소식이 뜸해서 걱정했답니다.
    공장알바…
    생각보다 무섭군요…(와중에 설래임 맛있겠다)
    다치는 것보다는 안하는 게 낫습니다.
    ㅠㅠ
    저도 전공이 공대인데
    몸쓰는거 넘넘 무서워서
    걍 다치는 것보다는 안하는 걸 택하고 있죠…
    그런건 잘 하는 사람이 하게 냅두고 못하는 저 같은 사람은 다른일을 찾아야하지요 뭐…

    1. 새벽에페니드

      맞습니다…
      사실 이 얘기를 하니까 정신과 선생님도 해 보면 될 수도 있는데 왜 피하냐고…하셨는데 전 아마 운전 인지능력 검사하면 80대 노안 있는 분들보다 못할거에요. 게다가 이런 사고는 돌이킬 수 없으니까… 3톤 미만의 지게차를 공장 내부에서 사용하는 데 면허를 불필요하게 한 법적 부분에도 사실 알력과 로비가 작용하고 있다고 하는데 제가 사고내면 또 한번 뉴스 돌고 말겠죠… 피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4. 고생많으셨습니다.. 그간의 공부도 시험도 공장일도 예비군도 게임도…
    페니드님은 잘 이겨내실 수 있을거라 믿어요. 우리는 느리지만 배울 수 있는 사람들이니까요… 힘들지만 포기하지만 않으면 괜찮을거에요…

    1. 새벽에페니드

      라고 34살 공시생 지인도 말하더라고요…
      많이 늦었다고 생각하느냐고…

  5. 페니드님께 어울리는 알바가 있어요. 게스트하우스 스태프입니다
    게하 중 외국인을 주로 상대하는 (한옥이라든지) 게하 알바를 하시면
    1. 외국어활용 2. 날마다 바뀌는 사람들로 신선한 자극(식당 같은 데서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되더군요) 3.페니드공이 좋아하는 청소일 전담
    단기알바가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그곳이라면 페니드님이 적성에 맞아하시지 않을까 하는.

    1. 새벽에페니드

      찾아보니까 해운대에 엄청나게 많이 있네요.
      지금이야 왕복거리때문에 안 되지만 나중에 또 사회화 시도할 때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뭔가 솔직히 저는 자꾸 못하는 걸 위주로 시도해서 괜한 고통을 겪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2. 가까운 친척이 한옥게스트하우스 운영을 10년이상 하셨고 거기 자주 놀러가봤어요. 페니드님이라면 무난히(심지어 즐겁게) 일할수 있을 거라 생각되네요.

  6. 걱정이 많이 되시겠습니다.
    하지만, 그 걱정이라 한들 고통스럽게 일을 배우고 실수하고 깨지고 술마시고 울고 실수노트 쓰고 반복의 반복의 반복을 하고 시간이 지나게 되면 좋아지고 적응이 조금은 된답니다.
    (그런 무서운 말을 아무렇지 않게…)

    위와 같은 수고를 하면 적응을 잘하게 된다 말하고싶지만 5년을 앞둔 저의 경우도 아주 익숙한 업무라 해도 매번 긴장을 하고 신중하게 하고있습니다. 이익을 내기 위한 경제활동을 하는 회사이기에 그 회사에 피해를 주는 것이 곧 그 사람의 업적이 되는거니까요.

    일반인이면 어느정도 일이 익게되면 그냥 편하게 해도 실수 안하겠죠. 하지만, 에이디는 그런거 없다고 봅니다.

    어쩔 수 없지만 인정하고 평생 고군분투 해야죠.

    마치 제가 하는 일을 대단한 양 말하는거 같지만 솔직히 제가 생각해봐도 제 능력 밖의 일을 감당하고 있고 고군분투 중입니다.
    솔직히 스트레스에 괴로워서 더 낮은 연봉을 받고 쉬운 일 하러갈 수도 있겠죠.
    전 변태마냥 괴로워도 고군분투를 하며 맞설 생각입니다. 그리고 평생 할 각오도 되어있죠.

    마치 캡턴아메리카가 말한 ‘하루종일도 할 수 있어’ 라는 불굴의 의지를 나타내는 각오처럼 말잊.

    새벽에페니드님의 글을 쭈욱 읽어보며 느꼈지만 페니드님은 그런 고군분투를 할 준비와 각오가 되신거처럼 보입니다.

    저와 함께 고군분투의 세계로 갑시다.

    1. 새벽에페니드

      10년 있으면 없는것보다는 나은 사람이겠지요… 50년 있으면 그 모든 것들이 의미가 없을테고…(좋은 의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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