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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1년 만이에요

어릴적 의대생을 보면 쿠쿠에 쌀을 씻어서 넣고 취사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면 자동으로 밥이 되는 것처럼 생각했었어요.

막상 공부를 해보니까 그렇지 않네요.

너무 힘듭니다. 물론 누구나 힘들겠죠.. 근데 더 힘든 것 같아요.. ㅜㅜ

정신과 의사가 되고 싶었는데 @의 성향을 가진 사람은 정신과 의사에 부적합하다고 하네요.

같은 어려움을 가진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며 에너지를 주는 정신과 의사가 되고 싶었는데…

이렇게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솔직히 같이 지내는 동기들 보면 제가 비참해져요 ㅎㅎㅎ

그냥 평범하고 보통의 의사로 살아가는 것만도 나에겐 너무 벅찬게 아닌가 싶습니다. 간신히 국시만 통과해도 감사한 삶을 살게 될 것 같은 기분이에요.

이 상황을 타개하고 싶은데 길이 보이지 않네요. 그저 하루하루 꾸역꾸역 넘어가고 있어요.

때론 너무 무기력하게 시간을 보내기도 해요. 없는 시간 쪼개서 바쁘게 살아야 하는데 라고 머릿속에서만 맴돌아요.

어느새 치료도 9년이 됐네요. 치료 초기인 20대 중반, 내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으면서 촌각을 다투며 열정적으로 살아온 나에게 미안합니다.

가족들에게 죄송스럽네요. 훌훌 털고 일어나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거의 1년 만이에요”의 5개의 댓글

  1. 글에서 지금껏 고생하신 흔적이 느껴집니다.
    무기력과 무가치함, 우울감 속에 허우적대던 제 모습이 오버랩되어
    더욱 슬프게 느껴집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훌훌 털고 일어나기 위해
    마음 먹으신 모습 정말 멋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자기 관리가 전혀 되지 않아 고생하지만…
    강우님의 의지에 힘을 얻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2. 꼭 정신과가 아니라도요.
    또 어쩌면 비슷한 어려움을 넘어선 그 모습만으로도 힘이 될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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