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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ADHD이다

http://https://youtu.be/gw9wE1nutc4

나는 ADHD다
유치원에서 장기자랑 연습을 할 때
나는 ‘미’음이 나는 노란색 종을 흔드는 담당이었는데
화장실가고싶다는 말을 못해서
그대로 서서 바지에 오줌을 지려버렸다
고작 다섯살이었지만
그때의 부끄러움과 수치심이 아직도 기억난다
내 상태를 표현하는거에 굉장히 섣불럿고
조용한 내성적인 아이였다

초등학교 입학 후 늘 먼산을 바라보고 있다는 담임 선생님의 말씀에도 어머니는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어릴때부터 나는 고분고분했지
크게 말썽을 피운 적은 없어서였다.
친구들을 이끌기보다는 따르는 쪽이었고
동네 리더 같은 아이를 항상 뒤따랏다
이런 친구들은 이견이 많지않고 잘 따라주는 나를 좋아했다

초등학교 고학년때는 의젓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고
그렇게 말 잘듣는 착한 아이로 자라고 있었다
부모님도 크게 문제삼지 않았겠지
학업도 크게 뒤쳐지지 않았고 수학과목에도 관심이 높고 잘했으니

하지만 이때부터였는지 내 뇌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줄곳들었다 남들보다 늦은 반응에 한박자 라는 별명이 따라왔었고 대화면에서 순발력 자체가 남들보다 한참 늦었다 리액션도 뻔하거나 진부했고 남들의 재치는 나에게는 사치였다 겁은 많았고 지루함을 못견디고 컴퓨터 게임을 중독 수준으로 좋아했다
할 때마다 심하게 몰입했고 무엇인가에 몰입하면 엄마가 불러도 대답을 못하고 정신이 없었던거보면 이때부터 ADHD 성향이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글읽는게 지루하고 글 자체에 집중을 시작하는게 어려웠으며 수업시간엔 늘 다른 생각으로 멍하니 있었고
수업내용은 당연히 다놓치고 혼자 공부할때도
집중자체가 안되었다.
당황하면 어버버하며 말을 마무리하지못해
대화의 어려움을 겪기 일쑤였고
버스나 지하철같은 대중교통에서도 사람들의 눈이 무서워 피해다녔다.

말수는 늘 없어왔던것 같다
나는 말을 아끼려하는것이 아니었다
어떤 사건에 대해 그냥 할 말이 안떠올라서 못했을 뿐
생각에 버퍼링이 많이 심한편이여서
단체 모임에서는 늘 조용한 편이었다
대화 중 필요한 타이밍에 기억에서 적절한 단어를 찾아 내뱉는건 너무 어려웠고 말주변이 어두워 대인관계가 더 무서워졌던것같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거도 부담이었고 재치없는 내가 너무 자신이 없었다

친구들과의 대화에서도 혼자 다른생각을 하다가 대화를 놓치기 일쑤였고 혼자 논점을 놓치고 엉뚱한 소리를 해서 엉뚱이 라고 불린적도 있었다

ADHD는 늘 함께였다 처음 알바를 시작해서 주문을 포스기에 잘못 입력하거나 음식을 반대로 나가 혼날때도, 처음 운전을 배우는데 남들보다 주의력과 습득력이 늦어 많이 괴로울때도, 남들이 대화 후에 너는 어떻게 생각해? 라며 질문을 할때 나는 블라블라 하며 헛소리로 얼버무릴때도 말이다.

겉은 너무나 정상이지만 정상같지 않은 나를 사랑해주기는
너무도 어려운 숙제였고 자기원망은 깊은 우울속에
나를 가두었다
누군가에게 의지하며 나에대한 이해를 바랬고 남들에게 기대를 바라면 곧장 실망하기 일쑤였다
내가 아닌 남은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제는 느껴진다.. 내가 나를 꺼내주는 방법을 배워야겠다

다행히도 요즘은 내가 나이가 들어 경험적으로 받는 피드백들로 인해서인지 약물치료를 시작해서인지
조금은 나아지고 있는것같긴하다.

하지만 여전히 답답하고 부족하다

어쩌겠는가, 나는 ADHD인것을

 

“나는 ADHD이다”의 13개의 댓글

  1. 남들보다 2-3배의 준비 기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3G로 보는 유튜브 1080P 영상처럼. 우리도 완벽한 영상을 재생할 수 있어요. 다만 시간이 오래 걸릴 뿐, 그 시간을 사람들은 안 기다려줄 뿐.

    1. 그러게요 의식하면안되면서도 의식할수 밖에없는 사회의 시선때문에 주눅드는게 참 마음아프네요

  2. 1.읽으면서 참 공감이 되고 마음이 아팠어요 ㅜ
    저 역시도 아주 어릴 때부터 에이디 증상이 나타났으니까요.
    저도 유그루님처럼 과잉행동은 거의 없었지만 그만큼의 뇌의 보상 때문인지
    과잉행동이 다 집중력장애로 가서 그런지 집중력 장애가 심한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2. 초3 때 발표회 준비하는데 다같이 무대에 서서 선생님 따라 잘 움직이는데 저만 자꾸 못 알아듣고 반대로 움직이고 한 거에 몇몇 사람들이 ‘쟤는 왜 이렇게 말귀를 못 알아듣냐’ 라고 한 게 아직도 기억이 나네요.

    3. 정말로 제가 이상하고 장애가 있다고 느낀건 중학교 2학년인거 같네요.
    하지만 무엇이 이상한지 도무지 몰랐죠. 그냥 이상하고 문제있다고 느꼈어요.
    선생님마저도 ‘반박자 느린 숙면’ 이라고 말하기도 하고요.

    나보다 나이 어린 동생들한테도 무시받기 일쑤고 형 취급을 잘 못받았어요.
    어리버리하고, 뜬금없는 행동, 나이에 답지 못한 행동, 또래에 비해 모자란 행동.

    아직도 생각나는 기억 중의 하나인데
    수련회를 가는데 고2가 되면 조장이 되어서 그 조를 이끌어야 했어요.
    또래 애들은 다 조를 잘 이끌고 장기자랑도 잘 준비해가고 집합시간에 잘 모이고 인솔 잘 하는데 저의 조는 엉망진창이었죠.

    나름 고군분투하며 이끌고 말 안 듣는 동생들을 막 타이르고 했지만 이미 절 무시하고 쉽게 생각하는데 말이 잘 통했을 리가.

    그런데 그 중 어떤 중2 애가 이런 말을 했어요. ‘아 누구 형이랑 누구 누나네 조는 진짜 재밌어 보인다. 나도 저기 가고싶다.’ 전 저런 말을 들었음에도 화도 못내고 어안이 벙벙해져 그냥 굳었어요. 이런 제가 한심했어요.

    굳어졌다가 몇 초 지나 갑자기 화가 나다가도 이내 덮어지는 생각은 ‘아 내가 얼마나 조를 잘 못 이끌었으면 저런 얘기가 나왔을까…’ 라며 바보같이 이해를 하고말았죠.

    그런 트라우마가 그거 뿐만이 아니라 많아서였는지 전 저보다 나이 어린 동생들이나 친구들, 형들하고도 쉽게 잘 못 친해지고 말을 잘 안놓았어요.

    말을 놓는 순간 친해지는건 맞지만 결국 그 사람이 절 막 대할 확률은 높아지니까요.

    그래서인지 전 지금도 회사에서 후배들한테 대부분 말을 안 놓고 존대를 해요.

    차라리 안 친해지면 저를 막할 순 없다고 생각하니까요.

    하도 어릴 때부터 나이를 막론하고 무시를 많이 받아와서인지 스스로 생각하기를 ‘난 정말 호구상인가보다’ 생각이 들었어요.

    그 사람이 나를 무시하는 말을 한 게 아님에도 어느새 전 그런거도 상처를 받게 되고 너무 약해져버린 마음이 되어버렸죠.

    나를 무시하고 막대하는거 같으면 전 막 따지는 게 너무도 어렵고 용기가 안 나서 차라리 전 거리를 두고 회피하고 말았죠.

    하지만 이제는 안 그러고 싶은데 너무 어렵고 힘이 들어요. 많은 고군분투를 통해 많은 벽을 넘고 극복을 해온 게 많은 나인데 이거는 아직도 너무 어렵네요.

    4. 유그루님은 지금 운전을 문제없이 하시는거 같은데 유그루님도 처음 운전배우실 때는 고군분투를 하셨군요 ㅜ 지금은 유그루님이 운전을 자주 하시니 저도 언젠가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ㅜ

    5. 약물치료든 경험적으로 받는 피드백들로 인해서이든 조금은 나아지고 있다니 다행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답답하고 부족하다고 하셨는데 정말 공감합니다…

    엄청난 고군분투를 해서 많이 좋아졌지만 그래도 더 좋아져야 할 게 많이 남았기에 드는 현타라 할까요?
    제가 일생을 길게 살아온건 아니지만 정말 치열하게 항상 노력하고 고군분투 해왔다고 자부하기에. 예전에 비해 상당히 좋아진 저지만 그래도 많이 남았다는 게 가끔 지치긴 합니다.
    그래도 많이 좋아진 거에 감사를 해야겠죠.

    6. 우리는 끝없이 고군분투 해야죠. 그게 평생이라 할지라도요. 반복의 반복이 안되면 반복의 반복의 반복을 해야죠.
    고군분투의 끝이 결실이 되기를.

    7. 하루종일도 할 수 있어 – 캡틴 아메리카 –

    1. 글에 공감을 많이해주셔서 참 감사해요
      숙면님도 반박자 느리다는 말을 들으셨군요 ㅋㅋ
      경험적으로 비슷한 내용이 많네요 ㅎㅎ
      뭘 시작할때 저희는 너무 많은 장애물을 넘어야 하는것같아요
      ㅠㅠ 그래도 말씀하신것처럼 끝없이 고군분투 해야하는게 숙명이라면 따라야지요… 마지막 인용구 맘에드네요
      ‘하루종일도 할수 있어’ ㅎㅎ 댓글 감사합니다

    2. ‘하루종일도 할 수 있어’
      정말 좋아하는 명대사입니다.

      캡아가 되기 전의 캡아가 한 말이지만, 캡아가 되고나서도 캡아가 한 말이기도 하지요.

      영화 속 인물이지만 그의 불굴의 의지를 배우고싶습니다.

  3. 마냥 그루님 탓은 아닐거에요
    우리나라 사회가 엄격한 잣대를 갖고 있는 게 원인 중 하나일지도 ㅎㅎ
    그래도 외부 요인 탓할수는 없으니 저도 포기하지 않으려고요

  4. 오뚝님 말에 동의해요. 유독 우리나라가 모든일을 똑부러지고 빠릿하게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거 같아요.
    그래서 @로서 더욱 더 살기 힘든 나라인거 같습니다.
    저는 앞에 나서는걸 좋아하는 아이였는데요 나섰다 실패를 반복하다보니 어느새 위축되고 남들 뒤에 숨어있더라구요.

    1. 위축되었다는 말이 속상하네요 ㅠㅠ 아이나님도
      활기를 다시 되찾으실 날이 올거에요!

  5. 어린시절의 그루공에게 잘 이겨내왔다고.. 혼자서 힘든싸움 잘 해내주었다고 안아주고싶어요 ㅎ(아니면 머리쓰담쓰담..) 저도 항상 마음속 촛불을 켜놓고 응원하겠습니다!

    1. 아이구 몰랑님 고마운 말씀 감사합니다..
      우리 과거이든 현재이든 앞으로의 가능성이든 잠깐 지치는 시련이 와도 같이 이겨내 보아요…. 몰랑님의 앞날을 저도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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